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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0년 12월 04일(금) 15:53 [온양신문]

 

겨울 가족 아산의 새

↑↑ ▲홍승균(온양문화원 이사)

ⓒ 온양신문

여름이 끝나자 곧바로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 단풍을 만끽할 겨를이 없었던 요즈음의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반팔 옷을 입다가 어느 날 두꺼운 외투를 걸쳐야 할 만큼 기후변화가 크다. 이렇게 쌀쌀한 계절이 오면 고개를 들어 아산의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자! 훈훈한 미소를 얻게 된다.

학창시절에 서울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고향 아산에 비해 마천루의 규모가 차원이 다른 서울 도심의 위압감이 남달라 답답하였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을 올려보며 감상 어린 향수를 달래던 나날. 그런데 서울의 하늘은 뭔가 내 마음의 하늘과 달리 알지 못할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아산과는 다른 서울의 하늘? 아! 새가 없었다! 또 비행기가 없었다.

울릉도 노래가사처럼 ‘평생 다 가도록 기차 구경 한번 못해보고 살아도, 비행기는 구경 실컷 하며 산다’더니 아산의 하늘은 인근 도시의 비행장 덕에 느릿한 헬리콥터를 비롯하여 교습용 경비행기와 굉음의 제트기, 여객기 등 온갖 비행기가 현란하여, 고개만 들면 공짜 장난감이 하늘에서 노닐었다.

정신 사납도록 바쁘게 휘젓던 제비의 모습은 아산 시내에도 사라진 지 오래지만, 어깨가 움츠러드는 한기가 느껴질 즈음, 비행기보다 낮게 편대를 이루며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철새 떼의 모습이 늘 다채롭게 하늘을 장식하였다.

↑↑ <사진제공=홍승균>

ⓒ 온양신문

동네 형이 알려주었다. 새들을 향해 크게 숫자를 주문하면 새들이 모양을 만들어 준다나? 한껏 고개를 쳐들고 ‘1! 2! 3!’을 외치면 정말 신통하게도 십여 마리씩 이동하는 겨울 철새들은 그대로 모양을 만들며 응답해 주었다.

하지만 ‘4! 8!’ 같은 심술에는 귀찮다는 듯 까다로운 주문을 외면하고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푸른 도화지에 이쁘게 수놓은 한 폭의 동양화! 이 그림은 바다를 인접하고 내륙 깊숙이 물길이 이어진, 우리 아산 지역의 하늘이 주는 풍요로운 축복임을 꽤 늦게서야 깨달았다.
우리 아산의 철새는 인근 천수만으로부터 아산만에 이르도록 기러기와 청둥오리가 주를 이룬다.

우리의 조상들은 혼인 예물로 신랑이 나무 기러기를 신부에게 선사하는 풍습이 있었다. 기러기는 새끼를 많이 낳고 차례를 잘 지키며, 한번 짝을 정하면 그 짝을 잃더라도 다시는 짝을 구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정절의 증표가 되어 변치 않는 부부애를 나타내었다.

한편 오리는 일정한 주기로 날아갔다가 다시 같은 곳으로 날아오므로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겼으며, 북쪽에서 와서 다시 북쪽으로 가는 오리의 습성을 비구름을 몰고 오는 고마운 길조로 여겼다.

천상계와 지상계 그리고 지하계(수계)를 꿰뚫는 신력은 마을 입구에 솟대를 세우고 오리 형상을 모심으로써 신성시했던 것이 우리 민족이다. 기러기와 오리가 하늘에 널려있는 아산의 겨울! 신령한 보살핌과 의리가 만연하니 더할 나위 없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아산의 작은 꼬마가 외치는 주문을 친절하게도 응답해 주던 그 새들은 그 꼬마가 어릴 적 보아온 그 새들의 자손에 자손일 것이다.

땅에서 고개 들고 바라본 새들의 얼굴이 구분되어 달라 보일 리 없다. 봄이 되어 시베리아의 둥지에 다시들 모이게 되면, 그들끼리도 경상도 을숙도 출신, 강화도 여치리 출신, 전라도 군산 출신들을 구분 짓거나 충청도의 천수만, 그중에서도 아산에 원적을 둔 새들을 서로가 구분 지을까?

어린 시절부터 나를 만나온 새들의 눈에는 나의 주변으로부터 아산 토박이와 영·호남 출신이 달라 보일까? 또 조선족 출신과 베트남, 필리핀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늘을 지배하는 새들이 반갑게 또 찾아왔다. 겨울 한철 그들에게도 고향인 아산이다. 그러나 올 적마다 뾰족하게 자신들에 범접해오는 건물들이 우후죽순 늘어만 가니 점차 안락함을 잃고 씁쓸하게 정을 지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코로나19에 시달릴 때 그들 또한 AI의 위협에 몸서리친다. 우리가 미세먼지와 매캐한 공해에 눈살 찌푸릴 때 그들의 날갯짓하는 숨결도 거칠어만 간다. 한 계절이나마 그들은 일정 기간 우리와 함께 삶을 꾸려가는 가족! 즉 ‘아산의 새’이다.

그리고 아산에는 또 다른 가족이 더불어 살고 있다. 동남아를 여행 가본 이는 그곳의 뜨거운 햇살과 더위에 대한 체험을 잊지 않을 터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의 추위쯤은 푸근한 정도라며 대수롭지 않게 느끼는 아산의 겨울은 동남아 출신의 가족과 거주자에게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거칠고 매서운 추위일 수도 있다.

새들은 보통 V자 형태의 삼각편대를 이루며 무리 지어 난다. 맨 선두가 바람을 막아주면 후미의 새는 호흡이 편해지고 피로도가 한결 약해진다. 또 선두 새들의 날갯짓은 상승기류를 일으켜 뒤따르는 새들이 날기에 편리를 주지만, 이 또한 공평하여 선두가 지치게 되면 자연스레 위치를 바꾸면서 역할을 배려한다.

아산시는 우리나라에서 두어 번째로 다문화 인구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함께 도우면서 날갯짓하는 새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기에도 좋게 오순도순 더불어 보듬고 협조하며 살아가는 ‘다 같은’ 아산 사람들이었으면 한다. 달력이 어느덧 한 장 남았다. 점점 추위가 더해 온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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