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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2021년 07월 29일(목) 16:42 [(주)온양신문사]

 

고래둑

흙도
태생이 있다

좋은 흙이라
여기는 것들은
선택을 받고
쓰임을 받는 과정이
일반 흙들과는
사뭇 다르다

나는 오늘
한 벽돌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것들도
여러 등급이
있다지만
이놈은
호화빌라의
내부 치장재로
쓰일만큼
고급 중에서도
아주 고급이었다

이름난
장인으로 부터
선택을 받은
그는
불가마에 들어가
혹독한
단련을 받은 후
여주
한 양지바른
야적장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도시의
새 집에
들어가는 것은
이미
맡아놓은 것이고
운이 좋으면
평창동이나
청담동
혹은
한남동의
그 근사한 집에도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놈은
운이
무척 좋았던지
어느 목자의
눈에 쏙 들어
그
거룩한
예배당 안
사방
벽면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거래는
금세
이루어지고
녀석은
새 주인을 따라
광명으로 가
예배당 부지
한 켠에서
성전을 짓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일은
늘
변화가 많아
무슨
연유인지
성전건립은
자꾸만
미루어지고
녀석은
몇 해를
죽어 넘어진
망초더미 속에서
쓸쓸히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광덕산
절골
한 작은 교회가
한밤중에
불에 타 주저앉는
참혹한 일이
있었는데

사연을 들은
그가
우선
이놈을
그 안쓰러운
목자에게
기증을 하니

녀석은
썩은 망초대
그늘에서 나와
새로 올린
예배당으로
마침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후
서너 해가 지났을까
개발이란 바람이
여기
절골에도
불어
교회 또한
처분을 하고
그 목자도
떠나고 나니

이놈은
온돌방
고래둑을
마침
만들고 있던
벌뜸
촌로의 손에
들어가고

결국
녀석은
하루아침에
지옥같은
불구덩이
그
고래구멍 속에서
구들장만을
떠받드는
신세가 된
것이다

때론
사람의 쓰임도
이와 같은데
저들은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이라
그렇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런 것인가?

↑↑ ▲화계 맹주상(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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