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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복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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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박은자가 만난 사람-한복디자이너 조은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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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01일(목) 10:44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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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상춘 한복패션쇼 | ⓒ 온양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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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은아 디자이너 | ⓒ 온양신문 | 경복궁 근정전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가 열렸다. 또 루이비똥은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프리폴 패션쇼를 열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등장했고, 세계의 언론이 주목했던 패션쇼였다.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수는 중국과 미국을 앞지른 세계 1위다. 세계의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앞 다투어 패션쇼를 여는 까닭이다.
구찌나 루이비똥 패션쇼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전광판에 오른 김연아 한복 런던 패션쇼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을까? 프랑스 파리의 패션잡지인 ‘마리클레르’에 김연아의 한복 화보 10장이 공개됐지만 이런 일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지 않은 사람, 패션쇼를 열어도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만 찾아가는 패션쇼, 그녀가 루이비똥의 디자이너보다 못할까? 구찌의 디자이너보다 열정이 약할까? 아니다. 그녀는 이 세상 누구보다 열정이 뜨겁다. 그 어느 디자이너보다 뛰어나다.
조은아, 그녀의 한복집이 아산이라는 중소도시, 평범한 길목에 있는 까닭에 사람들이 열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아직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한복을 입지 않은 까닭이 더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지난 5월 20일 오후 7시에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우리나라 가곡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녀가 디자인하고 바느질한 한복들의 패션쇼가 시작됐다. 그녀의 한복을 입은 사람들은 그 한복으로 인해 이 세상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고, 보는 이들의 혼을 빼 갈 만큼 아름다운 길이 만들어졌다.
패션쇼가 끝나고 디자이너인 그녀가 무대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지만, 안타깝게도 중앙 언론은 그녀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관없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한복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불꽃은 더 활활 타오른다.
한복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조은아 디자이너, 대전 출신이고, 한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대전보건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생이다.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지금은 대덕연구단지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 그녀가 어린 시절 자란 곳이다. 그 시절 전민동은 산과 들판만 보이는 시골마을이었다. 조은아 한복 디자이너는 보름날이면 나물밥을 훔쳐 먹고, 쥐불놀이를 하면서 어둔 밤길을 뛰어다니며 노는 시골아이였다. 어린 조은아는 계절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산과 들판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버지에 말했다.
“아버지, 저기 저 나무의 색이 참 좋아요. 나무의 둥치 색깔과 나뭇잎의 색깔이 어쩜 저렇게 다를까요?”
아버지는 말없이 어린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아버지, 아침의 하늘과 저녁의 하늘 빛깔이 달라요. 무척 예뻐요.”
어린 조은아는 자식들의 기를 살려주는 좋은 아버지 덕분에 구김살 없이 자랄 수 있었다.
그녀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에 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집을 떠나 객지생활을 해야 했다. 동생들이 셋이나 된 그녀는 스스로 전액 장학금을 주는 집 가까이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해서 영양사가 되었다.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아버지는 술을 한 잔 드실 때마다 딸을 교대에 보내지 못한 것을 한탄하셨다.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동양강철이라는 큰 회사에 영양사로 들어갔다. 1천200명의 직원들이 3교대로 일하고 있었고, 조식, 중식, 석식, 간식까지 제공해주는 회사였다. 영양사나 조리사들은 일이 힘들다고 곧잘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녀는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일이 즐거웠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으면 행복했다. 아버지의 사랑과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그녀는 그렇게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고, 당당했고, 영양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전혀 다른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명의 시누이들이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형님들이 바쁘다고 할 때마다 일손을 도왔다.
처음엔 한복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한복을 만질 때 마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불현듯 고등학교 다닐 때 가정시간에 6폭짜리 병풍을 밤새워 수놓던 일이 생각났다. 친구들은 작은 액자 하나씩 했지만, 아버지의 회갑을 앞두고 있던 그녀는 6폭짜리 병풍을 만들어 아버지께 선물하리라 작정했다. 우리의 전통 생활소품들로 구성된 6폭짜리 병풍 수, 그녀는 고운 실에 취해 거의 날마다 밤을 새워야 했다.
그녀가 형님의 한복집에서 병풍을 기억해낸 순간, 한복집에 있던 천들과 고운 실들이 그녀 앞에서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형님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네는 색을 보는 안목이 달라. 손재주도 좋고. 한복을 해보면 아주 잘할 것 같아.”
그녀는 이미 전통 문양의 한복 원단을 가만히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형님이 시키는 대로 한복 치수를 재고, 한복을 재단하고, 한복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평면적인 디자인이 입체적으로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점점 더 한복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자신이 한복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탄식했다.
“정말로 나는 한복에 대해 아는 것이 없구나.”
한복의 소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졌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모르면서 한복 만드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원광디지탈대학교 한국복식과학 학과에 편입했다.
한복을 공부하는 동안 무형문화재 제11호이셨던 침선장 박광훈 님의 아들인 김기상 교수를 만난 것이 그녀의 삶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김기상 교수의 연구실에서 원단을 본 순간 문양과 천의 질감에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다.
그 후, 색이나 문양, 혹은 질감이 특별한 원단을 보면 사 모으기 시작했다. 언제 사용될지 알 수 없는 원단이 쌓여갈수록 그녀는 한복에 대한 사랑이 깊어져 갔다.
그녀가 꿈꾸듯이 말한다.
“옥사, 자미사, 명주, 옥견사, 항라 등 원단은 재질에 따라 느낌이 다 달라요. 각각 그 멋이 다르죠. 또 우리나라의 전통문양은 너무나 매혹적이에요. 어떻게 천에다 그런 선과 색을 구현해 낼 수 있었을까요?”
원광디지털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심한 갈증이 왔다. 국민들 가운데 한복을 입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 이제는 한복이 우리 국민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입는 옷이 되어 가는 현실을 보며 속이 타 들어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은 결혼 전에 약혼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결혼 전에 대부분 약혼식을 했지요. 약혼식 때 한복을 입었고, 결혼식에서도 폐백을 드리니 한복은 필수품이었어요. 한복을 한 벌만 마련한 것이 아니라 두세 벌씩 준비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폐백을 드리던 풍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한복은 한 벌 마련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어요. 그렇게 한복을 입지 않으니 한복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조은아 한복디자이너는 한복을 살려낼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더 필요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패션학부에 편입했어요. 의상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가 필요했고, 한복을 실용화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요. 생활 한복이 편하고 좋은데 80년대 초반 시위하는 사람들이 주로 입다보니 생활 한복이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좋은 느낌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방송에서 예전 한복을 입은 어머니들이 서울에 있는 자식들을 만나러 올 때 누추한 모습이었던 것도 한복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했을 거고요. 그래서 편하면서도 세련되고, 또 아름답고, 품위가 있는 한복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복 사랑이 남다르고 한복에 대한 열정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조은아 한복디자이너, 그녀가 들려주는 한복 이야기는 깊은 우물을 길어서 목을 축이는 느낌이다.
“가끔 공직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한복이야기를 하다보면, 실제로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은 한복을 입고 출근하기를 원해요. 그러나 한복을 입고 출근하면 당장 눈에 띄고, 좀 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출근복으로 입기를 꺼려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러나 만약 지자체 장이나 고위공직자들이 한복을 입고 출근한다면 일반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한복을 입게 되지 않을까요? 사실 한복을 조금만 개량하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편한 옷이거든요.”
늘 한복을 입다보니 한복이 가장 편한 옷이 되었다는 조은아 한복디자이너, 한복을 향한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한복을 전혀 안 입는 사람도 일생동안 세 번은 한복을 입는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입는 배냇저고리가 한복이고요. 결혼할 때 또 한복을 입죠. 그리고 죽을 때 살아생전 귀하게 입었던 옷, 아끼던 한복을 입고 갑니다. 또 예전에는 회갑이나 칠순, 그리고 팔순잔치에서 한복을 입었어요. 백일잔치나 돌잔치에도 반드시 한복을 입혔지요. 왜 그랬을까요? 한복에는 좋은 기운이 있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한복은 옷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말합니다. 인체의 자연스러운 선을 가장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옷이 한복인데, 다시 표현하자면 한복은 사람에게 가장 편한 집인 거지요. 집을 짓는 것 만큼이나 한복 공정은 그 시간이 참 길어요.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바느질 속에서 저는 사람의 고귀함, 삶의 고귀함을 익혀나갑니다. 그래서 고단한 노동의 시간조차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날마다 자연스럽고 편한 한복을 짓는 꿈을 꿉니다. 어느 날 제가 만든 한복을 보고 사람들이 ‘아, 나도 입고 싶어’ 라는 탄성을 지르겠지요.”
한복 사랑 실천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하는 조은아 한복디자이너, 중요한 날, 중요한 행사장에서 한복을 입는다면 한복이 진정한 우리의 옷이 될 거라고 말한다.
한복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 우리가 우리 것을 안 지킨다면 누가 우리의 문화를 지켜 주겠느냐고 말하는 조은아 한복디자이너는 현재 공주대학교 문화유산대학원 3학기에 재학 중이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꿈을 꾸듯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국회에 출석할 때 모두 한복을 입게 하면 어떨까?’
‘4.28축제 때 축제기간 동안 아산시민 모두가 한복을 입으면 전 세계가 아산을 주목하게 되지 않을까?’
□ 조은아 디자이너의 한복 전시회
▲2023 전통한복 일상의례전 전시회(경복궁 통명전)
▲2023 한복 전시회(인사동 아라아트)
▲2023 상춘곡 한복패션쇼(아산시장애인체육회)
▲2023 봄을 담다 인연을 짓다 한복전시회(천안시)
▲2023 일생의례 한복전시회(문화체육광광부)
▲2022 TJB 당신의 한끼 ‘조은아디자이너편’ 출연
▲2022 ‘한복의 섶’ 융복합패션쇼(세종예술의전당)
▲2022 ‘예향 풍경을 짓다’ 한복 전시회(예산군청)
▲2022 전통한복분야 참여 디자이너로 선정(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1 ‘외암서사 군자의 향에 물들다’ 한복패션쇼(문화재청)
▲2019 한복패션쇼(프랑스 파리)
▲2018 한복패션쇼(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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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왼쪽부터> 일월오봉, 국화한복 디자인 전, 홍원삼 | ⓒ 온양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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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오만 수교 패션쇼 | ⓒ 온양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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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음오페라단과 한복의 섶 | ⓒ 온양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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