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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랑스의 시위와 아노미(Anomie) 사회의 경고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 흔들리는 공동체의 질서

2026년 10월 27일(화) 13:51 [(주)온양신문사]

 

↑↑ 유원대학교 오선택 교수

ⓒ (주)온양신문사

프랑스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위는 현대 민주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2026년 9월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에서 시작된 시위는 교사 부족, 열악한 학교 시설, 교육예산 문제를 넘어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로 확대되었다.

10월에는 노동조합과 시민들도 참여하면서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상점 약탈과 방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회학적 관점이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의 아노미 이론이다. 아노미(Anomie)란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기존의 도덕적 규범과 사회적 통제력이 약화되어 구성원들이 혼란과 불안을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는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사회의 규칙을 공정하다고 믿고, 자신의 노력과 권리가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공동체의 질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사회적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 규범은 형식적으로 존재하더라도 구성원들을 통합하는 힘을 잃을 수 있다.

프랑스의 시위는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학생들은 누구나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교사 부족과 열악한 시설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시민과 노동자들은 생활비 부담과 공공서비스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회가 약속하는 기회와 시민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물론 이러한 불만이 곧 아노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적인 시위는 오히려 시민들이 민주적 규범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당한 정치 참여일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을 조정할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일부 시위가 폭력으로 전환될 때 발생한다. 뒤르켐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질서의 위기는 단순히 법을 위반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에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규범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약화되는 데 있다.

법이 존재하더라도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제도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불만을 이유로 폭력과 약탈을 용인한다면 타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규범마저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프랑스 사태의 해법은 강경한 진압이나 일시적인 지원책 어느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폭력에는 법에 따른 책임을 묻되, 교육과 주거, 고용, 공공서비스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시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공권력 역시 적법성과 책임성을 지켜야 하며, 시민의 요구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해야 한다. 프랑스의 시위가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도 분명하다.

경제적 성장만으로 사회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고, 제도가 자신을 보호하며, 공동체의 규칙이 모두에게 일관되게 적용된다고 믿어야 사회적 연대가 유지된다.

아노미를 극복하는 길은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데 있지 않다. 공정한 규범을 세우고, 그 규범을 국가와 시민 모두가 함께 지키도록 하는 데 있다. 법과 질서의 회복은 사회적 신뢰의 회복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프랑스의 시위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경고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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