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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2년 05월 15일(화) 15:05 [(주)온양신문사]

 

장다리꽃이 필 때면

시인 맹주상

느릅실
토담집 빨랫줄엔
기저귀 날리고

하굣길
아이들
깨끔발 치는 소리

아기는
잠이 들고

엄마는
젖이 불고

장다리꽃이
필 때면

<장다리꽃이 필 때면> 전문


↑↑ 맹주상 /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 온양신문

하굣길!
장다리꽃이 필 때면 거산초등학교 아이들은 분수처럼 활짝 퍼져 집으로 돌아갔다.

상기는 적지미로
상수는 느릅실로
상규는 송학골로
준우는 퉁점골로
종인이는 북실로
승찬이는 성골로
준태는 지루골로
천무는 용두리로

북실 다랑이 논길에도 파릇한 새싹이 돋고 보리밭에 종다리는 앞산 큰 봉우리 위로 높이 솟쳤다. 하늘을 날 것만 같은 참 즐거운 하굣길! 그 때는 지나는 마을마다 대문에 금줄이 걸린 집들이 많았다. 아들이 태어난 집에는 고추, 숯, 짚 등이 새끼줄에 달리고 딸이 태어난 집에는 숯, 미역, 솔잎, 종이 등이 달렸다. 금줄은 왼쪽으로 꼰 왼새끼를 사용했다.

ⓒ 온양신문

그 까닭은 악귀가 아기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문에서 왼 새끼줄과 마주치게 되는데 대부분이 오른새끼를 꼬기 때문에 악귀는 왼쪽으로 풀면 풀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새끼줄을 붙들고 씨름을 해도 풀지 못하고 결국 악귀는 포기하고 돌아가고 만다.

이 금줄이 걸린 집은 삼칠일(21일) 동안 외부인은 출입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 금줄은 꼭 왼 새끼줄을 꼬아 썼을까? 중국 한나라 때 실존인물이었던 동방삭을 설화화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알 수 있다.

동방삭은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삼천갑자 즉 무려 십 팔 만년을 살았다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특히 장수를 했기 때문에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와 의식에 꼭 등장하는 인물이다.

염라대왕의 명을 받은 세 사자(使者)는 신술을 부린다는 동방삭을 잡으러 세상으로 내려왔다. 갖은 고생 끝에 동방삭의 거처를 발견한 사자들은 문밖에서 동방삭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동방삭은 팥떡과 동치미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동방삭도 사자들에게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해동목(海桐木)과 왼새끼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동방삭은 왼 새끼줄을 꼬아 허리를 묶고 해동목(海桐木) 숲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잡을 길이 없자 사자들은 동방삭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팥떡과 동치미를 얼른 집어 던졌는데 사실 이것들은 동방삭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동방삭은 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거기서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금줄에 왼새끼를 쓴 것이 바로 이 설화에서 유래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온양신문

그 시절엔 집집마다 아이들을 참 많이 낳았다. 전쟁이 끝난 바로 그 직후라서 그랬던지 한 살 터울인 연년생들도 많았다. 금줄이 걸리고 누구누구의 동생이 태어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아이들도 궁금한 것이 참 많았다. 하지만 삼칠일(21일) 간은 가까운 친구의 집이라도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느릅실 상수네 집 문에도 고추랑 숯 그리고 짚이 달린 금줄이 봄바람에 출렁이고 마당가 빨랫줄엔 하얀 기저귀가 날렸다. 나지막이 아기의 울음소리가 토담 밖으로 새어 나오면 아이들은 까치발을 치며 집안을 쳐다보곤 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다. 상수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 게 분명하다.

아빠가 금줄로 집을 요새로 만들고 아기가 깊은 봄잠에 들어 엄마의 젖이 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장다리꽃이 필 때면……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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