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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시상식

대상 우진용 시인, 작품상 이재봉 시인

2019년 09월 19일(목) 14:51 [온양신문]

 

↑↑ ▲의제헌 김명배 시인 <사진제공=김명배문학상 운영위원회>

ⓒ 온양신문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양수창)에서는 오는 10월 3일 정오, 천안역 지하도상가 만남의광장 대회의실에서 제2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시상식을 거행한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충북대교수 김승환 평론가, 위원 호서대교수 최정숙 평론가, 양수창 시인)는 제2회 수상자로 대상에 우진용 시인의 ‘오래된 해후’와 작품상에 이재봉 시인의 ‘김씨’를 선정해 발표했다.

박목월 시인의 제자인 김명배 시인은 1932년 충남 천안시 목천읍 동평리에서 태어났으며 평생 천안을 떠나지 않고 천안에서 살면서 주옥같은 시를 창작해 첫시집 ‘청동색 음성’ 이후 10여권의 시집과 시조집 1권, 시선집과 시전집, 유고시집 등 많은 시집을 남겼다.

또한 많은 제자들을 키웠으며 특히 ‘천안 흥타령’ 등 향토색 짙은 시를 많이 남겼으며 향토문학을 위해 평생 수고하다가 85세를 일기로 2016년에 별세했다.

이에 김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후배 시인들에게 시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며 더 좋은 시를 창작 수 있도록 후원하려는 의미에서 상금 대상 300만 원, 작품상 100만 원을 부상으로 내놓고 좋은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다음은 수상작.

□ 대상
‘오래된 해후’ / 우진용


반신욕을 한다. 구겨진 몸이 욕조 바닥에 닿는다. 나를 수장한다. 한 생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자 아내는 수챗구멍에 나를 쏟아버렸다. 파이프를 닮은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새벽의 정수장은 여섯 시에 출근을 준비한다. 용돈을 탈탈 털어 만오천원짜리 세신을 한다. 돈을 받고 뱃사공 카론을 닮은 눈이 깊은 세신사는 강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강물은 질질 제 머리채를 끌고 바다로 간다. 산호와 수초를 키우던 햇빛도 포기한 수심이 수심만큼 깊어진다. 심해어가 촉수를 켰다가 조용히 끈다. 바다라 부르면 받아쓰기 공책은 ‘받아’라고 적었다. 한생을 산다는 건 받아먹는 것이다. 평생 27톤을 먹고 만 병쯤 술을 비운 살과 피도 백년쯤 해로하면 다시 합방을 꿈꿀까. 뼈의 오만은 또 백년을 삭혀야 할 것이다. 쏟아낸 독설은 얼마나 지나야 독을 풀어낼 것인가. 바다와 몸이 투명하게 다시 만날 때까지 캄캄한 우주공간을 지구는 9억 4천만km 공전거리를 초속 30km의 속도로 몇 만 번을 달려야 한다. 바다는 또 몇억 번 제몸을 뒤집어 주어야 한다. 보름이 오고 사리때가 되자 바닷길이 열렸다. 석양에 눈 붉히는 바다. 오래전 그 무창포. 그때, 기억을 더듬듯 물살 하나 슬그머니 발목을 감고 간다. 오줌을 누고난듯 몸이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잠깐의, 나와의, 오래된 해후. 파도 하나 제 배를 뒤집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오늘밤도 나는 욕조로 간다.

□ 작품상
‘김씨’ / 이재봉


정신병동 301호실, 김씨가 침대 위에 쪼그리고 앉아 타월을 쌓고 있다 김씨는 세상 모든 것을 쌓는다 벗어던진 환자복도 쌓고, 마시고 난 우유팩도 쌓고, 간호사가 지나갈 때마다 풍기는 소독내도 쌓고, 옆 환자가 중얼거리는 흘러간 노래도 쌓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쌓는다

6인실 공간에서 모든 것을 쌓으며 늙어가는 김씨 남은 것이라곤 오직 뇌를 다치던 날 오후까지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을 쌓던 기억 뿐 김씨 옆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건네자 울컥거리며 다시 벽돌을 쌓는다

↑↑ ▲1975년 경주에서 박목월 시인과 함께 한 김명배 시인 <사진제공=김명배문학상 운영위원회>

ⓒ 온양신문


□ 심사평

▲대상 수상작 ‘오래된 해후’
이 시는 2018년 10월에 발간된 우진용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회문(回文)』에 실려있는 110여편의 시작품들 중의 하나로, 그의 자연과 인간과 사회 등 다양한 시세계와 그에 대한 시적 인식과 통찰, 그리고 언어 예술적 표현 방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시이다.

우선, 우진용 시인의 그러한 모습은 ‘오래된 해후’라는 시의 제목으로 사용된 시어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만남’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해후’(邂逅)라는 단어는, 어법상 시간의 경과를 지시하는 ‘오래간만의’라고 하는 부사적 용법을 사용해야 하지만, 시인은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로 형용사화 하고 있다. 이는 ‘해후’라는 추상적인 개념어를 의인화시켜,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시적 대상으로 사물화(事物化)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이다.

이 시적 대상은 텍스트를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는 바와 같이 결국 시인 자신으로, 시인이 굳이 이러한 어법을 사용한 의도는 잠재적 시적 주인공인 시인 자신을 객관화 혹은 객체화(客體化) 시켜, 자신의 내면적 모습을 좀 더 정확하고 면밀하게 바라보기 위함일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시에서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상징과 은유 등 여러 가지 비유법이나 시·공간적 역동적인 상상력은 모두, 시적 대상인 시인 자신의 내면 탐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시적 장치들이다. 그렇다면 이들 장치들을 통해 담아내야 할, 시인이 처한 시적 상황이나 생각, 감정의 실체는 어떤 모습인가?

지금 시적 주인공이기도 한 시인은 자신의 본래적 자아를 상실한 채, ‘욕조’에 자신을 ‘수장’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에게서조차 버림받아 ‘수챗구멍’에 처박히는 자아 박탈감과 소외감을 극심하게 느끼고 있다. 시적 주인공이 그렇게 된 이유는 규정적이고 제도적인 틀에 박힌 삶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상생활의 매너리즘 때문이다.

시인은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자동화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파이프를 닮은 긴 여정’, 사자(死者)의 배를 노저어가는 ‘뱃사공 카론’, ‘심해어가 촉수’를 끄는 모습 등으로 은유화 해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인은 본래적 자아를 상실한 채, 비본질적인 삶의 환경 속에서 타의에 의해 수동적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자신의 절망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끝내 그러한 왜곡된 삶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갈등과 불화를 겪고 있는 분열된 자아와의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질질 제 머리채를 끌고 바다’로 가는 ‘강물’은 바로 그러한 싸움의 은유적 표현이다. 시인의 그러한 대결은 ‘캄캄한 우주공간’과 ‘몇 억 번 제 몸을 뒤집는’ 바다에서 ‘백년 쯤’, 아니 영원에서 영원까지 계속된다.

시인의 상상력의 깊이와 폭, 그리고 삶을 대하는 시인의 에스프리가 빛나는 장면이다. 비록 지금 당장 어떤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삶의 진실과 본래적인 자아의 회복을 위한 시인의 시지프스적인 투쟁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바닷길’도 거대한 우주적인 변증법적 통일 끝에 이뤄지는 ‘보름이 오고 사리때’가 되어서 비로소 열리듯이, 끊임없는 시인의 자기 갱생에 대한 의지와 노력은, 현실적 삶의 경계 너머에 있는 새로운 세계와 자아, 즉 어떠한 갈등과 모순도 없는 순수하고 영원한 세계 속에 존재하는 본래적인 자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인간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시인은 ‘무창포’ 바다에서 ‘발목을 감고’ 가는 작은 물살 속에서, 그가 그토록 꿈꾸고 만나고 싶어 했던 진정한 자아를 불현 듯 만나고 있다. 잠깐이었지만, 그 순간에 그는 정말로 어떤 삶의 환경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은,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 했던 본래적인 자아와의 ‘오래된 해후’를 한다.

우진용 시인에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며, 넘어지고 일어서고, 상처받고 좌절하는 가운데, 스스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낸 그의 고독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는 또한 동시대인으로서 우진용 시인이 맞닥트린 삶의 문제들과 별반 다름없는 문제들을 켜켜이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승리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작품상 수상작 ‘김씨’
이재봉 시인의 시작품 ‘김씨’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자들이 현대시의 난해성이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시를 읽고 이해하는 데 수반되는 어떤 두려움이나 불편함에 대한 선입관을 불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무거운 주제를 고답적인 시형식이나 구조 속에 담아내기 보다는, 일상생활 속의 평이한 시어와 산문적 문체로 막힘없이 시적 상황과 감정을 차분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시의 의미 해석이나 주제 전달이 어렵지 않게 분명하고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또한 시의 언어미학적인 효과도 충분히 담보되고 있다. 이런 데에는 무엇보다도 이 시가 서정시이면서도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1연에서 시의 배경인 ‘정신 병동 301호실’이 제시되고, 뒤이어 이 시의 주인공인 ‘김씨’가 등장한다.

이어서 김씨의 행동을 서술하는 ‘쌓다’라는 동사의 목적어구들이 병행적으로 열거되고 있다. 즉, 그가 쌓고 있는 재료들인 ‘타월’, ‘환자복’, ‘우유팩’, ‘소독내’, ‘노래’, ‘햇살’ 등 환자가 병실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물들 중에는 정신병자인 김씨는 물론 정상인조차도 쌓을 수 없는 사물, 즉 비형태적인 ‘소독내’, ‘노래’, ‘햇살’ 등이 포함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김씨’의 정신병이 치명적이어서 사물의 형태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봉 시인은 이러한 형태적 비형태적 사물의 ‘쌓다’의 반복을 통해, 뇌손상으로 인한 ‘김씨’의 비극적 운명을 강조적으로 보여준다.

2연은 1연에서 살펴본 정신병 환자인 ‘김씨’의 반복적인 단순 행동에 대한 원인으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을 쌓다가 ‘뇌를 다치던’ 불의의 사고에 대한 언급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연이다. 평생을 공사장을 따라 다니면서 ‘벽돌’ 쌓는 일을 해온 그에게 그것은 생명줄과도 같은 직업이었을 것이다.

혹여 남들은 일용직 노동자라고 속으로 비웃고 멸시했을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유일한 밥줄(?)이며 소중한 직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거기에 자기 삶의 모든 것을 걸고 딱딱한 무기물인 벽돌을, 마치 자기 아이를 다루듯이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뤘을 것이다. 벽돌에 대한 그러한 태도와 생각은 어느새 그의 살과 뼈에, 그리고 무의식 속에 대못처럼 박혔을 것이다.

1연에서 주인공 ‘김씨’가 ‘세상 모든 것을 쌓는’ 행동은 바로 그러한 무의식의 드러남이다. 벽돌 쌓는 일이 얼마나 가슴에 사무치고 간절했으면, 제 정신을 상실한 무의식 상태에서도 그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그에게도 인간적인 회한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옆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건네는 시인을 보고 울컥거린다. 이재봉 시인의 남다른 인간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인은 시의 1, 2연 맨 앞의 시어로 ‘정신병동 301호실’과 ‘6인실 공간’이라는 단어를 배치하고 있다. 이들 단어의 뉘앙스는 모두 페쇄적이고 병적인 무드로 사랑과 희망이 고갈된 현대사회의 한 특징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김씨’와 같은 정신병동의 환자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최첨단 의료시설이나 의약품이 아니라, 이재봉 시인이 ‘김씨 옆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건네’는 따뜻한 사랑이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사랑이 고갈된 삭막한 현대사회에 사랑의 씨앗 한 줌을 흩뿌리고자 한다.
<자료제공=김명배문학상 운영위원회>

임재룡 기자  skyblue62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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