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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아산시 자생 식물도감의 필요성

2019년 09월 20일(금) 14:05 [온양신문]

 

↑↑ ▲임재룡(온양신문사 실장)

ⓒ 온양신문

몇 해 전, 산림청은 우리 아산지역에서도 대대적인 간벌작업에 들어가 일부 산간을 풀뿌리 하나 남지 않은 천둥 벌거숭이로 만들어 놨다. 그 뒤에 그곳에 어린 나무를 심어놓긴 했지만 여름 폭우나, 겨울 폭설이 내릴 경우 산사태 위험이 높아져 접근하기조차 겁이 났다. 그래서일까, 작업을 하고난 뒤에는 현장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을 세워놨다. 그러나 위험할지도 모를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될 일, 이미 저질러 놓고 주의하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건 말이 좋아 간벌(間伐)작업이지 삭벌(削伐)이나 마찬가지였다. 간벌과 삭벌은 엄연히 다르다. ‘간벌’은 일명 ‘숲가꾸기‘라고도 부르며 나무가 잘 자라도록 가지치기를 해주는 경우이다. 대개 나무를 심고 5년째 되는 해부터 시작되며, 오랜 세월이 지나 나무의 간격이 밀집돼 있는 경우 그 간격을 확보해서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삭벌’은 말 그대로 산에 있는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고 새로이 조림목(造林木)을 심는 경우다. 삭벌된 산은 멀리서 보면 완전 벌거숭이 상태다. 대개 산 전체가 병해충에 걸렸다거나 산불 등으로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 삭벌을 하는데 최근 전국적으로 목격되는 양상은 좀 다른 것 같다. 멀쩡한 숲을 모조리 밀어버리고 특정 수목 하나로 조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림목은 십중팔구 소나무이며 간혹 낙엽송, 잣나무, 자작나무 등이 보이는데 극소수이다.

산림은 다양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 품종의 수목으로 산을 단일화 해버리면 원래부터 그 산에 살던 토종 수목이 절멸하는 것은 물론, 해당 수목이 취약한 병해충이 창궐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토종 수목이나 희귀 야생화 등이 이런 삭벌작업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산시 A지역의 경우 전국에서도 소문난 특정 야생화의 자생지였는데 산림청의 간벌작업으로 일대가 초토화 되면서 세(勢)가 급격히 위축돼 올해 봄 현지 확인해본 결과 예년의 반에 반에도 못 미치는 상태로 근근히 버티고 있었다.

삭발작업 후 심는 나무도 문제다. 소나무 등 침엽수의 경우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성분을 주위에 뿌린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낙락장송의 경우 저 혼자 잘나서 독야청청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물들이 주위에 자라지 못하게 성장 방해 물질을 뿌려서 저 혼자 우뚝 선 것이다. 그런데 간벌이나 삭벌한 산에 남아있는 나무가 있다면 십중팔구는 소나무이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산 전체가 소나무만 사는 기이한 산림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소나무가 아니면 나무도 아닌가.

임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톱 등에 의해 잘려진 나무에서는 그 나무가 아무리 굵어도 토종버섯이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조림목으로 심겨진 소나무 밑에서는 일체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자연히 죽은 고사목에서나 약용버섯이 자란다는데, 예외가 있다면 참나무는 잘려진 그루터기 뿌리에서도 약용버섯이 자란다는 것이다. 숲에 활엽수인 참나무가 없으면 토종식물들이 살 수가 없다는데 왜 한사코 소나무만 남기고 모조리 베어내는지 알 수가 없다.

재작년에 산림청은 앞서 예를 든 아산 A지역에서 간벌작업을 실시했는데 당시 지역의 야생화 동호회원 몇명이 나서서 직접 산림청으로 연락해 해당지역에 자생하는 희귀 야생화가 있음을 알리고 보호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산림청은 회원에게 그곳에 야생화 자생지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향후 10여년 간 해당지역에 대한 간벌작업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와 달리 광덕산 모 지역에는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의 한 종류인 ‘흰진범’이 임도 주변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몇 해 전 배수로 작업을 하면서 일대를 뒤집어 놓는 바람에 절멸하고 말았다. 그 후 몇몇 동호회원들이 광덕산 전체를 이잡듯 뒤진 끝에 극히 일부지역에서 소수 개체를 발견했는데 혹시나 손을 탈까 구체적인 위치를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흰진범 뿐만이 아니다. 충남 서북부 최고의 야생화 정원으로 알려진 광덕산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곳곳에 자생하고 있다. 비단 광덕산 뿐 아니라 아산지역 곳곳의 산에는 아름다운 우리꽃들이 산재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들 자생지를 극소수 야생화 동호인들만 알음알음으로 구전하고 있는 터라 아산시나 관련기관에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거나 개발한답시고 망가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아산시에 제안하고자 한다. 지역에 소재한 다양한 식물군의 자생지를 정리해 향후 해당지역을 변경하거나 개발할 경우 사전에 참고해 보호조치를 취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관내 환경이 유사한 지역으로 이식하거나 특히 군락 유지를 위해 보호조치가 필요한 경우 입산금지 시설 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전국에서도 드문 희귀 자생식물이 있을 경우 원래 자생지는 출입을 금지하는 등 보호조치를 강구하고, 개체의 종자 둥을 채취해 별도의 재배지를 조성해 관광자원화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강원도 정선의 경우 이 지역 특산인 동강할미꽃을 보호하면서 이를 관광자원화해서 매년 봄 축제를 열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쇄도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지역은 매화마름 축제를 열기도 하고 자생지에서 자란 매화마름쌀을 특산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들 보호 방안의 선결조건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식물들의 종류와 서식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도감(혹은 자료집)을 만들어 유사시 대비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자생식물을 연구하는 동호회 등을 측면지원해 보호와 관리에 앞장서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임재룡 기자  skyblue62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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